친구들이 가고 혼자여행이 시작되었다.
유럽에 체류한지 8개월차. 아직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았다는 게 새삼 놀라우면서
그럴 만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태까지 봐온 나는 꽤나 수동형 인간이었다. 본래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기다리면 모든게 다 해결될 거라는 조금의 교만함도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으면서 그저 기다렸다.
그러다보니 적당한 시간이 되면 항상 누군가 뭘 하자고 제안해왔다.
그리고 항상 안 할 이유가 없으면 하곤 했다.
좋게 보면 예스맨.
나쁘게 보면 자신의 주관이 없는 사람.
그게 나였다.
그렇다고 딱히 나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아니었다.
누군가는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그저 새로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들었듯,
나의 새로운 면에도 호기심이 든 것 뿐이었다.
아직 발견 못한 신대륙이 나에게도 있을테니까.
갑자기 불현듯 들었던 건 오히려 이런 생각이었다.
'혼자가 되어야겠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느꼈다.
'혼자가 되어봐야겠다. 지금은 그것을 해볼 시간이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혼자 있어봤을까.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수련'이라고 하면 적당하려나.
아마도 나를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듯 하다.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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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되도록이면 혼자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그 누구와도 여행을 하겠지만,
당분간은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매일매일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