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


바스락.

 방 안에 누군가 나말고 다른 것이 있다. 슬쩍, 찬 공기가 코 밑을 지나갈 만한 새벽에 나는 잠에서 깼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장작소리만 타닥타닥 들려올 뿐 이었어야 했다. 다른 소리가 나면 안 되는 방안에서, 또 바스락 소리가 났다. 아주 자그만 소리였다. 그렇게 잠에서 깰 정도로 큰 소리도 아닌데 잠에서 깼다. 원래 잘 때 예민한 편이긴 했지만 그 날따라 신경은 날이 서있었다. 내가 영화 안에 들어와있는 듯한 기분이어서 그랬을까. 그 집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마약소굴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브레이킹 배드’에 나오는 제시 핑크맨의 집 같은 느낌이랄까. 길고 좁은 계단을 오르고 나면 다시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들이 여럿 있었다. 그 방들마다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있었다. 그리고 풍겨오는 대마의 냄새. 다시금 내가 네덜란드에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그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가 지낼 방은 그 중에 하나였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운이 좋게 나 혼자 쓰게 되었다. 방을 들어갔을 때, 그 광경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흡사 피난처와 같은 모습이었다. 아 전쟁 중에 사람들은 이렇게 지냈었겠구나 하는 생각과 영화 속에서 봤던 비슷한 장면들이 마구마구 지나쳐갔다. 바닥에 깔려있는 매트리스는 분명 길거리에서 주서온 것이 분명했다. 없어지지 않는 누런 때, 군데 군데 나있는 구멍과 적당히 메꿔져있는 구멍. 또 베개는 어떤가. 아무렇게나, 도대체 어떤 솜뭉텅이를 넣어 놓았는지 한 번 누워서 모양이 바뀌고 나면 다시는 그 전의 모양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베개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불 또한 할 말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내가 여기서 잠을 자면 하루 안에 세균에 잠식당해 죽을 수 도 있겠다하는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보자마자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빌어먹을 정복욕과 호기심이 꿈틀거렸다. 여기서 자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정말 나는 병을 얻게될까. 이런 경험도 해봐야하지 않을까. 이런 데서 내가 언제 자볼까. 그래 자보자. 결국 머무르기로 결정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짐을 적당히 풀고 집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화장실이 가고 싶기도 해서 화장실로 향했는데 우선 우리층에 있던 화장실은 전쟁을 겪은 모양새였다. 변기는 부서져있었고, 샤워 부스는 모양만 남아 있고 제 기능을 잃은 지는 한참이 되보였다. 오른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는, 작은 세수할 수 있는 공간만이 물이 쫄쫄쫄 흐르는 약간의 기능을 할 뿐이었다. 그래, 하루 안 씻는 것 정도야 참을 수 있지 하면서 위층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위층에 있는 화장실은 변기만 있었다. 한 50년은 관리가 되어있지 않아 보이는 그런 변기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거쳐간걸까. 작동은 하는걸까. 청소를 하면 씻기기는 할까. 저 내가 보는 갖가지 갈색 색깔들이 내가 생각하는 그 녀석들이 맞는걸까. 온갖 종류의 생각들이 순식간에 스쳐갔다. 정말 신기한건 작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들어가자마자 맞이해주는 비주얼과 냄새로 이 곳은 최소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라 본능이었다. 

 화장실 뿐만이 아니라 이 집 자체를 최소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에 프랑스 친구, 아일랜드 친구와 펍으로 향했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좋은 친구들이었다. 다들 먼 타지에서 생활하려는 친구들이었고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이야기는 꽤나 잘 통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나는 그 방으로 들어왔다. 좋은 기분이 무색하게 내가 과연 여기서 잠이 올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졸리다라는 기분이 들 것인가. 무심하게 오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수도꼭지에서 이빨을 닦으면서, 무참히도 얼룩덜룩 칠해져있는 거울을 보면서 생각했다. 다시 방으로 와 잘 준비를 하는데, 곧 빨아야되는 옷들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살갗은 안 닿아야겠구나 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자기전에 마치 살갗이 보이면 안 되는 중동의 여성분들 처럼 중무장을 하고, 그렇게 누워있는 듯 앉아있는 듯 애매한 자세로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 까지가 내 기억이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알 수 없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고요히 고개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렸다. 알 수 없는 공포감과 호기심에 입은 말라가면서도 사뭇 흥분되기도 했다. 불꽃의 은은한 불빛으로는 소리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일어나 소리가 다시 들릴 때를 기다렸다. 몇 분의 정적이 흘렀을까. 바스락, 과 동시에 불을 켰고 그것들의 정체는, 바로 쥐였다. 조그만 새끼 쥐. 순식간에 지나가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조그만 크기의 무엇인가가 사사삭! 지나갔고 그런 집에 있을만한 건 쥐가 말고 뭐가 있을까 싶다. 너무도 쥐가 나올 법한 집의 매무새였는데, 뭐에 그리 쫄아있던걸까. 신기한건 그런 곳에서, 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나는 잠에 들었다는 것이었다. 깊게 잠들지는 못했지만 꽤나 잘 잤다. 한 7-8시간 타는 야간 우등버스를 탄 정도의 느낌이었다. 또 하나의 신기한 점은 그 신비로운 집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기고 싶어 했을텐데, 그런 기억은 남기고 싶지 않았던 걸일까. 집 사진이 하나도 없다. 하핳 그렇게 마약소굴에서 쥐와 함께한 밤은 꽤나 잘 지나갔다. 언제나처럼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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